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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NocutView] 대한(大寒)의 맹추위 속 당신을 위해 잠들지 않는 사람들

2019-11-04 0 Dailymotion

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에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부는 20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메트로 신정차량사업소.·<br /><br />서리가 얼어 반짝반짝 빛나는 아스팔트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니, 야외에 설치된 9개의 전철 검수라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.<br /><br />지하철 영업이 끝나는 시간부터가 본격적인 작업시간으로 출근 시간 전까지 서둘러 점검을 마쳐야 한다.<br /><br />빽빽히 세워진 전동차들은 5분마다 '치이이익 푹'거리며 공기 빠지는 소리를 냈다.<br /><br />그런 전동차 밑으로, 기름때 묻은 장갑을 낀 검수관들이 안전모를 고쳐 쓰고 들어갔다. <br /><br />검수관들이 내뿜는 입김으로 전동차 밑에서는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.<br /><br />한 검수관은 "아 추워"라고 중얼거리며 연신 손바닥을 비벼대며 전동차 구석구석을 살폈다.<br /><br />매서운 찬바람은 야외 차량기지 안으로 끊임없이 들이쳤고 귓등에서는 바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. <br /><br />검수팀 신민창 부장은 "6만 8천평이나 되는 차량기지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린다"면서 "대기실에서 틈틈이 몸을 녹이고 장갑을 두장씩 낄 때도 있다"고 어려움을 털어놨다. <br /><br />그러면서도 "비가 오든 눈이 오든 달라질 것은 없다"면서 "시민의 발인 지하철 점검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"고 덧붙였다. <br /><br /><br />◈ 여성 밤길 책임지는 장년들 "날씨 추워도 가슴은 따듯"<br /><br />늦은 귀갓길 오후 10시 논현역 5번 출구 앞에 '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' 김규리(58.여)씨와 허인(54)씨가 발을 구르며 서 있었다. <br /><br />길거리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집까지 바래다줘야 하는 일인 만큼 한파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. <br /><br />김씨는 추위에 대비해 상의만 6겹을 껴입을 정도로 중무장했지만, 손끝이 시린 것만은 어찌할 수 없다.<br /><br />양손에 쥔 핫팩을 계속해서 흔들면서 그는 "성실한 편이라 웬만해선 떨지 않는데, 요즘에는 정말 덜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"며 코를 훔쳤다. <br /><br />허인씨의 코와 볼은 일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빨갛게 변했다. <br /><br />이들은 3시간 동안 논현역 일대 빌라촌을 누비며 시민 22명을 만났다. <br /><br />일부 시민들은 귀까지 목도리를 싸매고 걸음을 재촉하며 안심귀가서비스를 사양했고, 8명만이 이들과 동행했다. <br /><br />강민수(37.여)씨는 "퇴근하고 쉬는 시간인데, 부모님뻘 되시는 분들이 이런 엄동설한에 일하는 게 걱정된다"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. <br /><br />김규리씨는 "남의 짐을 들어주고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게 기쁨이 된다"며 "날씨는 추워도 가슴 한켠은 따듯하다"고 말했다.<br /><br />◈ 맹추위에 '얼어붙은 콧물'…거리를 가꾸는 '미화원'<br /><br />환경미화원 이충호(56)씨의 하루는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한다. <br /><br />콧물이 얼어붙는 맹추위에 귀가 시뻘게진 채로 강남역 일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말없이 쓸어담았다. <br /><br />갓길에 쌓인 쓰레기를 줍다 하마터면 택시에 부딪힐 뻔했지만 "매번 있는 일"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빗질을 재촉했다. <br /><br />어느새 시린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. <br /><br />그렇게 수십분이 흘러서야 제대로 허리를 편 그는 취재진에게 "음료수 한잔 하지?"라며 퉁퉁 부은 손에 담긴 음료를 건넸다.<br /><br />같은 일을 하는 이효진(44)씨는 "제일 추운 시간대에 나오는 것 자체가 곤욕"이라면서 "바람까지 불면 쓰레기가 도로로 날리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"고 말했다. <br /><br />이어 "남들보다 일찍 나와 지저분했던 거리를 치우는 일에 은근히 성취감을 느낀다"면서 "고생스러워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"고 웃어 보였다.<br /><br />몸을 웅크리다 못해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대한(大寒)의 기세를 꺾어가며 이들이 오늘도 지켜내는 건 시민들의 안전과 안락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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